영화 <서치>를 본 후, 나의 모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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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영화 <서치>를 봤다. 두 번째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2회차를 봤다. 아니 서치가 그렇게 대단했니? 아니… <영화의이해> 과제여서. ^^ 교수님 추석동안 과제가 ‘영화보고 감상문쓰기’인건 감사하지만요… 서치 본 사람 손들었을때 학생들 3분의 1이 손들었는데요…. 교수님은 해맑게 “그럼 두번봐!! :D” 하셨다. 티켓 첨부까지 하라 하셔서 연휴 마지막날 혼자 다녀왔다.

<히치콕에 견줄만하다>고 써 있다. 공교롭게도 저번 과제가 히치콕 영화 관람이었는데.

영화가 시작하기 전, 의자에 앉아서, 한 10분 보다 나올까 하고 진심 고민했다. 1회차 봤을 때 서치가 싫었던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엄청 좋았다.
정확히 3주 전에 친구와 봤는데, ‘brilliant’ 소리가 절로 나오는 영화였다. 보라고 추천한 사람만 열 명은 된다(추천사: 아 진짜 꿀잼임 진짜 무조건 봐 2018 최고의 영화). 다들 혹해서 와 그정도야? 오키 보러간다 했음.

근데 다시 영화관에 앉아서 두시간동안 그대로 보라고 하면? <라라랜드> 같은 영화는 할 수 있겠는데 <서치>는 좀… 이미 내가 결말도… 범인도… 심지어…… 복선도……(끝나자마자 인터넷 찾아서 친구랑 같이 읽음) 알아서 좀 그렇지 않나…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 이미 다 아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나올 타이밍 한 번 재지 않은 채 끝까지 재미있게 관람했다. 영화가 풀 스크린을 띄워주다 보니 주인공이 페이스타임을 할 때 나는 다른 아이메시지를 읽고 하면서 딴청도 피웠다. 상대적으로 범인 찾기에 집중이 덜하다 보니 개인적인 감상이 영화를 보면서 마구마구 떠올랐다. 그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1) 미국이어서 가능한 영화

미국에서 살던 시절, 미국은 얼마나 IT가 생활에 밀접하게 접목되어 있는지를 보며 놀랐던 것이 생각난다. 첫째로 다들 이메일을 문자메시지처럼 했다. 한국은 대부분 안 읽은 네이버 메일이 2천 개를 찍었을 때쯤, 미국은 담임 선생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이나 가까운 친구간의 편지, 부부간의 자식 픽업 시간표 공유까지도 이메일을 활용했다. 그것은 카카오톡 같이 편리한 메신저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아이메시지, 페이스북 메시지, 인스타그램 메시지, 구글 행아웃 등 연결 수단이 차고 넘쳤고 개인마다 그 알림 설정을 다르게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Default는 이메일로 여겨진 것으로 나는 해석했다.

여기서 연결되는 둘째로 놀랐던 점이 1인당 얼마나 수많은 SNS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지였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는 기본이었고. 애플의 아이메시지와 페이스타임, 마이크로소프트의 스카이프, 구글의 행아웃 이 셋도 삼대장이었다. 그 다음으로 핀터레스트, 스냅챗, 구글 플러스, 우부(oovoo), 텀블러 등등등… 미국에 있을 때 나도 이 모든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한국은 싸이월드에서 카카오스토리로 막 넘어오고 있을 때였고.

단순히 많이 쓰는게 아니라 정말 ‘잘’ 쓰고 있었다. 친구가 파티를 열면 페이스북의 이벤트로 등록하고 참석자들을 초대했다. 친구의 생일선물을 고를 때 pinterest 또는 wanelo에 들어가서 친구가 like한 아이템이 뭔지 확인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지역사회 이슈에 대한 생각을 쓸 때면 꼭 hashtag를 써서 의견의 확산을 시키려 했다.

참, 음성 메시지도 한국에서는 거의 쓰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활성화되었던 것 중 하나였다. 전화를 걸었을 때 부재중이면 한국에서는 거의 음성 메시지를 남기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이 voice mail이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다. 각자의 목소리로 녹음한 “음성 메시지를 남기세요” 메시지마저 개개인의 개성이 드러난다.

source: https://caamedia.org/blog/2018/08/29/john-cho-stars-in-thriller-searching-out-in-theaters-august-31/

그리고, <서치>는 이렇게 생활과 IT가 밀접하게 연결되었다는 전제가 깔린다. 
데이빗과 마고는 아이메시지, 페이스타임으로 소통한다. 아이메시지는 와이파이가 되면 무료, 와이파이가 안되면 유료기 때문에 카톡+문자나 다름없다. 데이빗은 페이스타임도 쓰고 스카이프도 쓴다. PC도 매킨토시기 때문에 pc 내 연락처, 사진이 연동되어 있다. abc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뉴스를 확인한다.
마고는 좀더 신세대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는 비공개 계정이긴 했지만 당연히 가지고 있다. 텀블러에 사진을 올린다. 유캐스트(실제로 있는 서비스는 아니지만 이름만 다를 뿐 스트리밍 서비스는 매우 많다)에 스트리밍을 한다. 벤모(Venmo, 우리나라로 치면 토스)로 돈을 보낸다. 

(2)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영화

그래서, 이 영화는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왜냐면 첫째로, 많은 사람이 공감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아빠는 저거 못한다”.
아빠가 내 친구들에게 연락하려 한다 → 컴퓨터에 연락처 연동 안되어 있다 → FAIL!
친구들 한명씩 연락해서 내용 정리한다 → 엑셀로 표 만드는데 1시간 걸린다 → FAIL!
어? 이 얼굴 어디서 본것 같은데? → 구글 이미지검색 모른다 → FAIL!
이 자식 번호 뭐야? → 네이버에 검색한다 → FAIL!
아빠가 내 페이스북에 들어가려 한다 → 페이스북 재설정 메일을 구글로 보냈다고 하는 순간 포기한다 → FAIL!

데이빗은 페이스북 비밀번호를 찾기 위해 구글, 구글 비밀번호 찾기를 위해 야후… 이렇게 집요하게 찾아낸다. (이 긴 과정을 보여주면서 아빠가 어떻게 딸의 데이터에 접근하는지에 대한 개연성을 보여줌뿐 아니라 현실에서 자주 일어나는 ‘비밀번호 찾기’의 귀찮음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니, 근데 그건 그렇다 쳐도, 데이빗은 구글 지도에 라벨링까지 한다!!!!!!!!!!! (Margot Last Seen: 마고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장소) 그리고 크롬 새 탭 열 때 Ctrl+T 누른다!!!!!!! 구글 검색 결과에서 여러 검색 결과 클릭할 때도 Ctrl 누르고 띄워서 각각 새 탭으로 연다!!!!!!!!(이건 영화를 두번째 볼때서야 눈치챘음: 왜 클릭해서 보라색으로 변했는데 창이 안 바뀌지? 생각하면서…)
저기요.. 우리 아빠가 이러면 소름돋을것 같은데요…..(애초에 아빠가 인터넷에서 나 구글링하는것부터 엄청난 공포)

둘째로, 아직까지 한국은 ‘네이버’와 ‘카카오’다. 특히… 카카오! 
~ 한국판 <서치> ~
데이빗, 마고의 카카오톡 비밀번호를 뚫는다.
데이빗, 마고의 카톡 친구 목록을 본다. “학교 친구들 연락처 다찾았다!”
데이빗, 마고의 카톡 채팅 목록을 본다. “어젯밤 좋았어 이거 뭐야 내동생이랑?”
데이빗, 마고의 카카오뱅크를 본다. “누구한테 2500달러를 보낸거지?”
데이빗, 마고의 카톡>나에게 보내기를 본다. “‘피아노레슨비 꿍쳐서 2500달러 보내기’?”
데이빗, 마고의 카카오맵을 본다. “즐겨찾기에 호수 등록해 놓았네”
~ 끝 ~

(3) 나를 나보다 잘 아는 구글

나 엊그제 뭐 했지? 이 단순한 질문에도 나는 구글 캘린더 없이는 답을 못 할 때가 많다. 서비스에 ‘의존’한다고 생각했는데 잘하면 이러다 ‘지배’당할 수도 있겠다, 싶다. 내가 말하는 ‘나’보다 내 컴퓨터, 스마트폰이 말하는 ‘나’가 더 정확할걸? 크롬 방문 기록, 구글&유투브 검색 기록, 스마트폰에 사용중인 앱 목록, 구글 지도 방문 내역, 카카오 대화 내역, 심지어 최근에 새로 생긴 윈도우즈 내의 ‘작업 보기'(내가 띄워 놓은 창을 전부 기록해 놓았더라)까지! 내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뭐가 고민이고 뭐가 관심사이고, 무엇이 먹고 싶은지까지 다 알고 있다. 저번 시간에 <영화의이해> 교수님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무슨 논문을 쓰는지, 구글은 다 알고 있을걸?” 

이 영화는 컴퓨터 밖에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본격! 데이빗 와이파이 끊기면 망하는 영화) 현대인들의 생활상에 대한 예리한 접근이기도 하다. 심지어 중간에 데이빗이 마고의 친구를 못 찾아 당혹스러워 할때 피터가 “오프라인은 찾아봤어?”라고 물어보자 데이빗은 Finder(윈도우로 치면, 탐색기)를 통해 마고의 AP Biology 폴더로 들어가 과제 문서를 찾는다. 그러니까, 이 영화 내의 이분법은 디지털/아날로그가 아니라 디지털상의 온라인/오프라인이다.    

동시에 디지털 상의 소통이 얼마나 ‘보여지고’, 의미 없는지에 대해서 관객이 실소할 만한 장면도 나온다. 예를 들면 데이빗 아빠한테 “저 걔랑 별로 안 친해요” 하던 스터디 그룹 친구가 “마고는 제 베프였어요…” 하면서 우는 동영상이 유투브 트렌딩에 있던 것. “이웃사회의 힘을 믿어요” 하는 학교 친구가 1도 의미 없는 발언하는 영상에 할머니가 “자랑스럽다!”고 댓글을 남기는 것(미국에서는 정말로 할머니/할아버지가 페북 댓글을 다는 일이 흔하다!). 그리고 이 일련의 사건이 #DadDidIt(아빠가 범인) 같은 해쉬태그로 인터넷에 오르내리는 것. 현실에서 과장한 부분이 조금도 없다(미국 기준에서). 이 부분은 짧게 나왔는데도 적절한 분량으로 큰 임팩트를 주었다.

(4) 그래서, 세세하게 연출된 것들

이 영화에서 대놓고 작정한 웃음 포인트는 “저스틴 비버 콘서트 – 확인됨.” 외에는 크게 없다. 아빠가 말 안하고 캠프간줄 알고 화나서 열줄 넘게 아이메시지 쓰는 이런 ‘현실 공감 웃음’이 대부분이다. 영화의 주제 중 하나였던 ‘가족에 대한 사랑’은 워낙 범지구적이었지만, 그래도 미국 문화를 알았다면 이해가 더 깊었을 몇 가지 포인트:

  • 유투브 댓글에 있었던 ‘Making a Murderer’: 넷플릭스의 인기 다큐 시리즈
  • Amber Alert: 유괴, 실종 사건에 즉시 근처 지역 사람들에게 보내지는 문자 경보
  • 범인이었던 Robert는 애초에 복선으로 ‘마고를 좋아함’이라는 메모와 함께 주소록에 있었지만 Robbie라는 애칭이었다. 미국은 진짜 이름보다 줄여부르는 이름을 부를 때가 훨씬 많아서 복선을 봐도 눈치 못챌수 있는 부분
  • Gone Girl: 실종 사건이 자작극이었던 영화. ‘나를 찾아줘’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개봉했었음.
  • meme: 우리말로 하면 ‘짤’에 가깝다. ‘BEST DAD EVER’라며 데이빗을 놀리는 meme이 있었다. reddit에서 활동하는 캐스터도 나오고 넷상 비주류도 보여줌

아참, 내가 영화를 보기 전에 들었던 의문: 감독은 어떻게 100% 디지털 화면으로만 영화를 구성했나? 2회차 볼 때 이 부분을 생각하면서 봤다. ‘어떻게 디지털을 활용했나’가 그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디지털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장면들:

  • 비슷한 얼굴의 여자를 찾는 구글 이미지검색
  • 멀티 윈도우를 띄워 두 사람의 얼굴을 비교함
  • 엄마의 생일을 언급하지 않는 아빠에 대한 슬픈 마고의 표정을 반복재생함 
  • 여러 크롬 탭을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통해 주인공의 정신없음이 느껴짐
  • 정신없이 친구들 정보를 수집한 데이빗의 바탕화면이 가득함(김소희 평소 바탕화면 아님?)
  • 녹화 파일의 이름을 ‘proof’라고 저장함으로써 주인공의 의도를 보여줌
  • 대학 합격 소식이 궁금한 마고가 끊임없이 누르는 새로고침 (10년 전 영화만 해도, 대학 합격 소식을 궁금하며 편지를 뜯어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 마고의 시점에서, 데이빗이 엄마 이야기를 꺼내기 전 망설임을 아이메시지 로딩중으로 표현

(5) 기타 내가 느꼈던 Trivia

source: https://www.filmyhitmovies.com/2018/07/searching-2018-movie-new-hollywood.html
  • 마고의 탄생부터 대학 입학까지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우리는 한 가족의 인생을 함께한다. 새삼스럽지만 ‘가족’과 ‘사랑’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는 것을 너무 느꼈다.
  • 영어 공부하기에도 좋은 영화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 본다. ‘assigned’와 ‘volunteered’의 차이를 소름돋을만큼 정확하게 알게 되는 그 순간ㅋㅋㅋㅋ 
  • 서치를 보면서 소름돋았던 순간은 뭐니뭐니 해도 MemorialOne의 모델 사진이 딱 등장하는 순간.. fish_n_chips의 그 웃는 얼굴이 섬뜩하게 느껴짐……
  • 하지만 서치에서 가장 소름돋는 진짜 순간은….. 영화가 끝나고….. 배우들 찾아볼 때…. 마고를 연기한 배우가 30대라는 걸 아는 순간…..
  • 1회차 볼 때, 같이 보는 친구가 보다가 나한테 귓속말로 “만약 이 모든 스크린 화면이 범인이 보는거라면” 해서 완전 헉 했었다. 진짜 이 영화 전체가 범인 시점이었다면…? 와…. 진짜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데이빗이 동생 피터 집에 몰래카메라 설치하고, 데이빗이 화면 안에 있었을 때, 그 때 커서가 움직일까봐 긴장해서 봤다. 만약에 그렇게 전개가 됐어도 엄청 재밌었을 것 같다. 
  • 가상의 스트리밍 사이트, 유캐스트를 보면서 영화 Nerve가 떠올랐다. <서치>를 재밌게 보았다면 <너브>도 나는 무조건 추천. 나처럼 IT 관련 영화를 엄청 좋아하는게 아니라도 재밌게 볼것 같다. 유캐스트가 짧게 보여줬던 부분의 확장판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조회수 높이려고 별짓 다하는 청소년 BJ라고 생각하면 쉽다. 넷플릭스에 있음
미션에 성공하기 위해 옷 벗고, 옷 훔치고, 정말 별 짓 다 하는 <Nerve>

  • 한국어가 딱 한 번 등장하는데 피터가 데이빗한테 부모님 얘기 문자할 때 umma랑 appa라고 한다 ㅋㅋㅋㅋ 자막에서는 넘어감. 아 근데 생각해보면 서치는 자막 번역 되게 매끄럽게 잘된 편에 속하는것 같다.
  • 처음에 로즈마리 빅 형사로 배정받았을 때, 데이빗은 형사 이름을 구글링한다. 굳이 왜 형사 이름을 검색해?? 하고 생각했었는데, 복선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던 듯.

Searching Goes On

“사람들이 서치를 왜 봐야하나요?”
위 영상에서, 주인공 데이빗을 연기한 존 조는 이렇게 대답한다. “It’s a big cinematic experience told in a super, unusual, inventive way.” 이것보다 완벽한 대답은 없다! <서치>는 새로운 시네마틱 경험일 뿐 아니라 새로운 장르의 시작이다. 아니, 어쩌면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기술이 바뀌며 영화 산업은 이미 한 차례 큰 전환을 맞이했고 서치는 새로운 포문을 열었다. 맨 처음 같이 본 친구가 영화관을 나서며 말했었다. “우린 사실상 애니메이션을 본 거야.” 맞아. 이 영화의 표현 방식이 신선해서, 주제도 다시끔 돌이켜보게 된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스마트폰의 카톡을 확인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알기 때문에. 서치는 계속된다는걸 – Searching goes on.

김소희 블랙라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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